윤석열 정부는 대표적인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OECD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한 디지털 정부 구축을 강조하여 그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2021년 디지털전환 수준 평가를 시행했는데, 우리나라가 1등을 차지하면서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2021년에 전자정부를 주관하던 행안부는 전자정부국을 디지털정부국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기존 정부에서 전자정부 발전의 하나로 추진했던 ‘플랫폼으로서의 정부’(GaaP, Government as a Platform)가 아날로그식 플랫폼 개념이어서 디지털 전환에 부응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것인데, 여기서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 (수요자, 공급자, 파트너 등) 간 상호작용과 업무처리를 촉진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온라인 인프라스트럭처”를 의미한다. 즉, 디지털 기술에 기초한 서비스의 제공과 활용의 공동 메커니즘으로서 디지털 플랫폼시스템을 말한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로 정의된다. 이는 정부가 주도해서 정부 활동의 효율성과 합리성의 제고 이상으로 서비스의 질 제고를 통한 대민서비스 만족도를 높여서 진정한 의미의 개방적 민주 정부를 구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필요조건만을 충족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수요자로서 국민의 정서와 그에 부응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포함한 제반 인프라의 충분조건이 확충되어야 가능하여서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도 완비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진단계에서부터 제반 필요·충분 조건들을 점검하고 평가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지 않으면 과거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매물 비용 (sunk cost)를 다시금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문제는 그 비용이 과거의 정보화 사업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비용이라는 점이고, 더욱이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가 전대미문 한 정도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정부 조치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더 부강한 선진국들도 쉽게 전면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2021년 디지털 전환 수준 평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업은 그 개념과 내용을 설정하는 단계에 대해서부터 정밀하게 검토되어 합의하면서 추진하지 않으면 결국 기술 공급자인 기업들에만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우를 또다시 범하기 때문에 정부업무평가의 대상에 포함해 부처별로 그리고 지방정부 별로 민간부문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운영에서처럼 엄격하게 점검하고 평가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업 평가모델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표를 개발해서 매년 그 진척도를 점검·평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는 2022년에 행안부가 추진했던 ‘지방정부 디지털 수준 진단’ 모형과 진단지표체계 수립 과정을 참고로 발전시켜 본격적인 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디지털 서비스의 질과는 무관한 기술 도입·적용에 그치면서 구축된 플랫폼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수정·보완을 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적체되어 추진에 장애를 만나 과거 정보화 사업의 하나로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던 슈퍼컴퓨터 개발·보급 때 처럼 성과 없이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