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상에 객관과 주관이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어느 회사의 인건비가 200억원이다’라는 사실은 객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그 회사의 회계정보를 보고 내가 ‘음…인건비가 200억원이구만’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인건비가 200억원이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객관이고 각각 다른 결론에 도달하면 주관이다. 그러나 어떻게 인건비를 측정하는가에 따라 200억원이 아닐 수도 있다. 측정 방법에 따라 200억원을 상회할 수도 있고 하회할 수도 있다.
한 때 많은 기업이 통근버스를 유지했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면서 통근버스는 거의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는데 만약 통근버스를 아직도 유지하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없애면서 통근수당으로 대신 지불할 경우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된다. 통근수당 대신 통근버스를 유지하는 회사의 통근버스관련비용은 인건비로 포함될까? 많은 사람들은 통근버스관련비용을 인건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똑 같은 성격의 지출이지만 어떤 회사는 인건비에 포함하고 어떤 회사는 인건비에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많은 수치들은 바로 이러한 주관에 의해 만들어진 수치이기 쉽다. 사람들은 수치로 만들어지면 마치 객관으로 착각하지만 상당수의 수치는 주관이 버무려진 수치이다. 과연 이 세상에 객관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원하는 결과에 맞추어 수치를 얼마든지 가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공은 객관의 탈을 쓰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춘다.
감사와 평가의 세계에서는 객관의 탈을 쓴 수많은 수치가 춤을 춘다. 더구나 이러한 수치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나타나면 더욱 더 객관의 탈은 그럴싸해진다. 유능한 감사인과 평가인이란 무엇보다도 도덕성이 중요하다. 전문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보다 도덕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감사와 평가의 영역에서는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