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 평가: 기술을 넘어 인간 중심의 접근으로

김병준 교수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최근 스마트도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도시 인덱스와 평가가 등장하며 도시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 속에는 무언가 빠져 있는 듯하다. 스마트도시의 진정한 가치와 목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 중심 평가의 한계

스마트도시의 평가 기준은 주로 디지털 기술의 도입 여부와 그 범위에 치중되어 있다. 이는 스마트도시를 단순히 발전된 기술 중심의 기계적 공간으로 만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엔나와 런던 등 일부 도시들은 높은 기술 도입률과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시스템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도시가 실제로 주민들에게 얼마나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스마트도시

스마트도시는 기술을 넘어 시민들 간의 지혜로운 소통과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과거의 도시들처럼, 현대의 도시들도 불평등과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도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이러한 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코펜하겐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는 정책을 통해 스마트도시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코펜하겐의 ‘시민랩(Citizen Lab)’은 시민들이 도시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기술과 인간 중심의 접근을 융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내면의 실질적인 소통과 협력

스마트도시 평가는 겉으로 보이는 요소보다는 내면의 실질적인 소통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마치 사회적 자본의 평가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지속가능성, 그리고 다음 세대를 고려하는 방향성이 스마트도시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접근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교통,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시민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평가 기준의 필요성

우리는 아직도 신도시 개발의 마인드셋에 머물러 있으며, 스마트도시를 단지 집값 상승을 위한 브랜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마트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하는 접근이다. 스마트도시의 진정한 가치는 공공가치 중심의 접근에서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의 스마트도시 평가는 기술적인 요소를 넘어, 인간 중심의 접근을 통해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도시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평가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스마트도시의 진정한 목표는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신도시 개발 사례에서 보듯이, 집값 상승이라는 경제적 가치에만 치중한 스마트도시 브랜드화는 지양해야 한다. 스마트도시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진정한 공공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스마트도시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달려 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도시의 비전이다.